
노후 자산 관리 패러다임의 변화
대한민국이 초고령사회에 진입하면서 노후 자산 관리의 핵심은 ‘얼마나 많은 자산을 모으는가’에서 ‘치매 등 인지 기능 저하 이후에도 자산을 안전하게 관리하고 원하는 사람에게 계획적으로 양도할 수 있는가’로 바뀌고 있습니다.
이러한 변화에 맞춰 은행권도 예·적금 및 펀드 판매 중심의 자산 관리에서 벗어나 생전 자산 관리와 치매 대비, 상속·증여까지 아우르는 ‘생애 자산 관리’ 경쟁에 본격적으로 참여하고 있습니다. 특히 유언대용신탁과 치매 안심 신탁을 중심으로 한 신탁 시장이 급속도로 성장하며 은행의 새로운 성장 동력으로 부상하고 있습니다.
급성장하는 유언대용신탁 시장
최근 금융권에 따르면, 4대 시중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의 유언대용신탁 잔액은 4월 말 기준으로 5조 1,836억 원으로 집계되었습니다.
유언대용신탁 잔액 성장
유언대용신탁은 고객의 생전에는 계약 내용에 따라 자산을 관리하며, 치매 등에 대비한 지급 기능을 추가한 상품의 경우 생활비와 의료비 등을 미리 정한 방식으로 지급할 수 있습니다. 사망 후에는 계약 내용에 따라 재산을 상속인이나 지정한 사람에게 이전하는 구조입니다. 일반 유언장과는 달리 금융기관이 계약 내용을 집행하기 때문에 안정성이 높고 상속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분쟁을 줄일 수 있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유언대용신탁은 금융기관이 계약 내용을 집행하여 안정성이 높고 상속 분쟁을 줄일 수 있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신탁 시장 성장의 주요 요인
은행권은 최근 신탁 시장 성장의 배경 중 하나로 이른바 ‘치매 머니’ 수요 확대를 꼽고 있습니다. 평균 수명이 길어지면서 치매 및 인지 기능 저하에 대비하려는 고객이 크게 늘었기 때문입니다.
본인이 건강할 때 자산 관리 방식을 미리 정해두려는 수요가 확대되고, 가족 간 상속 분쟁을 예방하려는 움직임도 늘면서 신탁을 찾는 고객이 급증하고 있다는 설명입니다.
신탁 가입 문턱 완화
과거 수십억 원 이상의 자산가를 위한 상품이라는 인식과 달리, 최근 일부 은행은 유언대용신탁의 최소 가입 금액을 1,000만 원 이하로 낮추고 모바일 및 비대면 가입 절차를 확대하여 은퇴자와 중산층 고객층을 빠르게 확보하고 있습니다.

은행별 차별화된 서비스 경쟁
은행들도 차별화된 서비스를 전면에 내세워 고객 확보 경쟁에 뛰어들고 있습니다. 단순히 신탁 상품 하나를 판매하는 것을 넘어, 금융과 건강 관리, 세무, 법률, 주거 서비스를 결합한 종합 자산 관리 체계를 구축하는 것이 최근 경쟁의 핵심입니다.
주요 은행별 시니어 신탁 서비스
- KB국민은행: ‘KB골든라이프’ 브랜드 중심, 치매 안심 신탁 및 시니어 레지던스 입주자 위한 유언대용신탁 확대, 입주 보증금 신탁 관리 및 사후 계승 지원 상품.
- 신한은행: 디지털 기반 강화, 유언대용신탁 간이 계약 서비스 도입, ‘쏠메이트 치매 안심 신탁’ 출시, ‘유언대용신탁 빠른 신규’ 서비스 제공.
- 하나은행: 프리미엄 시니어 시장 공략, ‘더 시그넘 하우스 by 파르나스’ 입주자 대상 유언대용신탁, 부동산 투자 자문, 세무·법률 컨설팅 결합 원스톱 서비스.
- NH농협은행: ‘NH올원더풀 의료비 치매 안심 신탁’ 출시, 치매/중증 질환 발생 시 대리인을 통한 의료비/생활비 지급, 사망 후 상속인에게 재산 이전 기능 포함.
신탁의 전략적 가치와 미래 전망
은행이 신탁 사업에 공을 들이는 것은 장기 고객 확보 효과가 크기 때문입니다. 신탁은 일반 금융 상품보다 계약 기간이 길고, 예금과 투자, 연금, 상속까지 고객 자산 전반을 관리하는 특성이 있습니다. 한번 거래를 시작하면 장기 고객 기반을 확보할 수 있다는 점에서 전략적 가치가 높다는 평가입니다.
최근에는 신탁의 역할도 빠르게 확대되고 있습니다. 단순히 재산을 보관하고 상속하는 기능을 넘어, 상품에 따라 의료비 지급, 생활비 지급, 증여 설계, 기부 기능 등이 추가되고 있습니다. 전문가들은 향후 신탁이 초고령사회의 대표적인 금융 인프라 중 하나로 자리매김할 것으로 전망합니다.
앞으로 신탁 시장 경쟁은 더욱 치열해질 것으로 예상되며, AI 기반 건강 관리 서비스, 의료기관, 시니어 레지던스, 세무·법률 전문가 네트워크를 결합한 종합 플랫폼 구축이 핵심이 될 것입니다.
